공을기(孔乙己) 苦讀과 孤獨

 과거제는 사라졌다. 수십 년 공부는 허사였다. 삶이 나날이 비참해가고, 소흥(小興) 함형(咸亨)의 무르익는 술 향기가 달콤하다. 취하지 않고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었다. 시대가 나를 저버렸다지만, 나는 나를 버릴 수가 없지 않은가? 나는 장삼을 벗지 못한 채, 단삼을 입은 이들처럼 서서 술을 마셨다. 나의 정체는 애매하고 모호했다. 나는 매일 애매모호한 나의 정체를 끌어안고 속으로 울었다. 이러한 나를 두고 아이들이 웃었고, 나의 속울음은 더욱 거셌다. 나를 버릴 수 없는 나의 입술에서 '공맹지도(孔孟之道)'가 튀어 나왔고, '가라사대'가 내뱉어졌다. 이것은 고약한 병증이었다. 나는 이 병증을 배신할 수 없었다. 그것은 수십 년을 애무해 온 나의 본질이었던 탓에. 세상이 증오하는 이런 나를, 나 스스로가 사랑하지 않는 일은 불가능했다. 나는 세상을 사랑할 수는 없었다. 그것을 뒤엎을 의지는 더더욱 기대할 수 없었다. 단지 나는 자진할 기운이 없어 계속 살았을 뿐이다. 차라리 누군가가 내 죽음을 대신 살아줄 것을 바랬다. 그러나,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면서, 삶보다 나은 죽음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해서 결국은 꼭 삶 만큼 더러운 죽음, 그 뿐이었다.

2008. 9. 23
粗髥散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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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허난시 2008/09/26 22:28 # 답글

    북경에 공을기 식당이 있다더군...맛나고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적당하고, 루쉰 작품에 나왔던 요리들을 주로 한다던데....나중에 같이 함 가자...
  • 조염 2008/09/26 23:53 #

    형님, 지난 주 발표는 잘 마치셨는지요?^^ 저는 오늘 '예비군 훈련'이란 것을 받았습니다.
    공을기 식당 뿐만 아니라, 소설에 나오는 '함형주점'이란 간판도 이곳 저곳에 걸려 있다고 하더군요. 여튼 형님과의 북경 나들이, 몹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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