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 日常의 溢想

>외대. 2008. 8. 19 

 자정이 되었다. 만취한 나의 발걸음이 비틀비틀 세미나실로 향했다. 오늘 나는 약했다. 나는 이러한 내가 싫다. 검열하는 나는 누구의 손에 의해 제조된 것일까? 나는 취했으므로 정신이 없다. 무엇인가를 쓰고 싶었기에 뭐든 쓰고 있다. 나는 이것이 싫다. 싫어도 나는 쓴다. 검열의 장막을 뚫고 뾰족한 것들이 떠오른다. 그 뾰족한 검은 것들이 밉다. 그것들을 긍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멀었다. 나는 나를 사랑할 수가 없다. 근본적으로 그러하다. 나는 나를 미워할 수가 없다. 근본적으로 그러한 것이다. 나는 나를 떠날 수도 없다. 아, 이 모순을 감당하기에, 나의 생이 너무 버겁다. 위로 따위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런 것은 진작부터 바라지도 않았다. 나는 포기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내가, 나를 포기할 수 없기에 나를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기에 나를 긍정할 수 없으며, 내가 증오스럽고 또 증오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외줄의 한 복판에 외발로 서 있다. 이런 나를 누가 구원할 수 있을까? 섣부른 구원의 시도가 나를 땅바닥으로 힘껏 내동댕이 치지는 않을는지? 

 너는 외롭도록 선고받았다. 너는 계속 그렇게 외로워해라. 그리고, 외롭지 않은자를 경계하라. 너의 외로움이 너를 죽이지 않도록.

2008. 9. 10
粗髥散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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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허난시 2008/09/11 20:13 # 답글

    때로 나도 그런 자기검열(혹은 신체가 무의식적으로 체제순응적으로 적응하는 따위의 행위들...)때문에 자학할 때가 많아..술취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화끈거리기도 하고 그렇지..뭐....추석 잘 보내고..나중에 맥주라도 한잔 합시당..
  • 조염 2008/09/11 23:28 #

    이 누추한 곳을 다 찾아주시고, 형님, 영광입니다. 형님도 추석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 襤魂 2008/09/14 10:10 # 삭제 답글

    조염님, 즐거운 추석 맞이하시길~! ^^
  • 조염 2008/09/14 10:43 #

    람혼님^^ 감사합니다.
    람혼님 역시 뜻 깊은 명절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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