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햇살이 그리 정겨워... 日常의 溢想

>외학연. 2008. 9. 8
 
 창가를 비스듬히 비치는 오렌지색 햇살이 유난히 정겨운 오후이다. 고된 발표수업을 마친 내 몸뚱아리가 안락의자에 앉아서 마냥 태평하기만 하다. 발표를 끝낸 후 유난히 악명 높은 H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찬사가 민망하여 얼굴이 불그레했다. 6층으로 올라와 산사의 풍경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어느 젊은이의 노래를 틀어놓고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눈을 뜨자 햇살이 보였다. 책상 위로 켜켜이 쌓인 책, 그 위를 그 햇살이 부드러운 가슴으로 보듬고 있다. 햇살이 너무 아름다워 일순 멍했다. 햇살과 음악과 노곤한 뼈마디, 축 처진 몸뚱아리가 나를 외롭게 하였다. 그 햇살의 가슴에 나도 안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의 품속에서 따뜻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나는 몇 년 전 어느 겨울, 나를 보듬으며 내 등을 쓸던 그녀의 손길을 지금까지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의 집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던 그녀의 아파트 앞이었다. 나는 그녀의 품속에서 집에 돌아갈 일이 조금도 염려되지 않았다. 얼마나 따뜻했던가? 낡은 점퍼 위로 전해진 그녀의 체온이, 차디찬 내 살과 영혼에, 그 얼마나 따뜻했던가? 

2008. 9. 8
粗髥散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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