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픈 정오에 쓴 한 꼭지 사랑담 斷想과 丹傷

 '좋아한다'는 말 만큼 쓰잘데 없는 말이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새삼 그런 말을 입 밖에 낼 일이 아니요,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왜 사람들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것일까? 어떠한 욕망이 그의 심장에 입술을 달아 주었던가? 누군가가 '좋아한다'는 말을 입 밖에 낼 때, 그는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 말을 듣기 위해, 그 말을 유도하고, 일궈내고, 혹은 강제하기까지 하는 것이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때 발생하는 일련의 메커니즘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메커니즘에 대해 진작부터 의심을 품고 다녔다. 그리고 나서는,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속되게 여겨졌고, 나는 여전히 나 자신조차도 온전히 좋아하지 못하고 있음을 걱정하였고, 더러는 분개하였다. 

 얼마 전까지 그녀에게 말했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 너무도 낯설게 느껴진다. 그녀는 내게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나는 늘 난감해 했고, 겨우 몇몇 한글 자모를 끼워맞춰 그녀가 들을 수 있도록 입 밖에 흘려 보냈다. 그래도 그녀는 거듭 의심했다. 그럴만 했다. 조립된 낱말 위에는 빈틈이 보였다. 나는 '사랑'을 완전하게 조립할 수 없었다. 나의 사랑은 이미 몇 년 전 파산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내 위에 새로운 내가 엎드려 있을 뿐,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와 섞이지 않았고, 화학반응은 커녕, 융해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 아래 깔려 있는 나는 그 위에 엎드려 있는 나의 혓바닥으로 자기의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사랑하지 못할 일이 두려워. 그러나 다시 사랑할 일이 또한 두려워. 그렇게 나는 엉거주춤하다. 그녀는 그런 내가 미워 미국으로 날아갔다. 중대장이 바뀐 날, 부하들과 열심히 공을 찼고, 벗어놓은 바지 속에 핸드폰이 문자를 받고 울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나는 그것을 다시 보기 싫어 얼른 지워버렸다. 그 시절 산야에는 진달래가 무더기로 시시덕거리곤 했다. 나는 그것들을 무더기로 삽으로 날라 부대 주위에 심기도 했다. 
 
2008. 9. 7
粗髥散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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