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모우『붉은 수수밭』에 대한 감상. 이 영화는 중국의 근현대사를 상징화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스크린을 수놓은 붉은색 이미지는 이 영화가 중국적인 무언가를 그려내기 위한 노력의 산물임을 웅변하고 있다. 등장인물과 배경 속에서 이 영화는 두드러진 상징성을 내보인다. 주인공인 구아(九兒)와 그의 새로운 남편은 중국의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구습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고군분투하는 중국인을 상징한다. 붉은 수수밭은 새로운 시대로서의 현대중국을 배태한 요람, 또는 현대중국 그 자체를 형상화한다. 그러나 그러한 새 시대의 장이 일제침략 하에서의 무참히 짓밟힌다. 그리고 중국인민들의 저항은 무력하기만 하다. 허나 구아의 죽음을 통해 표현된 근대중국의 비극은 개기일식이 자아내는 묘한 분위기와 그의 아들의 외침 (“엄마, 엄마, 천국으로 가세요!娘,娘,上西南!”) 속에서 미래 중국에 대한 희망으로 전화(轉化)된다.
어제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 개막행사를 오늘에서야 시청했다. 공교롭게도 장이모우가 연출한 장대한 개막행사를 통해 그들이 세계인들에게 보여주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메인 스타디움위에서 펼쳐진 중국의 오천 년사와 미래 중국의 비전(vision). 그들이 건너온 무수한 영욕의 세월이 말로 다할 수 없이 화려한 개막식 장면 위에 겹쳐져 기이한 감동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들이 근현대사를 거쳐 오며 자신들의 내면에 차곡차곡 쌓아왔던 원한감정과 복수심이 ‘강한 미래 중국’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맞물려 나타날 때, 우리는 그것을 마냥 환호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현재 21세기의 새로운 제국주의 국가의 현현을 목도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이 시간에 세계 3강의 하나인 러시아는 흑해 연안의 한 작은 나라를 상대로 참극을 자행하고 있다. 미/중/러, 이 삼국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극한적 경쟁이 이 지구를 어떠한 위기로 몰고 갈 것인가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의 경기장 한 복판 위에 가로누워있는 한반도의 운명은? 2008. 8. 10
粗髥散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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