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만 斷想과 丹傷

 인간은 누구나 과정 중의 존재일 뿐이라는 말은 하나 귀에 닿지 않는다. 나는 언제까지 나 자신을 '과정 중의 존재'라는 푹신한 침대 위에 눕혀놓을 것인가? 물론 내가 나 자신을 그러한 침대 위에서 일으켜 세운다 하더라도 과정 중의 존재라는 나 자신의 성격이 바뀌지는 않는다. 나는 늘 과정 중에 있을 것이고, 또 과정 중에 있다는 말로써 나 자신을 지양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이 나 자신에 대한 자위기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껏 그래 왔었으므로 오히려 이제는 그 말을 반성적으로 사유해야 한다. 나는 인간이므로 틀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이 무엇이든 쓸 수 있다는 명제에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의 주장들은 여전히 거칠고 불충분하며 더러는 낡아빠져 우습기까지하다. 틀릴 수 있다는 말은 나를 게으르게 만들고 자조적으로 만들며 나로부터 나온 어떤 것이든 수용하도록 만든다. 게다가 더욱 우스운 것은, 나의 못난 자존심, 자만심이 그러한 헛것들을 애지중지하게 만들고 온갖 미사여구로 그것들 속의 더러운 본질을 은폐하도록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악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08. 10. 24
粗髥散筆.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niladmirar.egloos.com/tb/1005655 [도움말]

덧글

  • boma 2009/06/19 11:25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조염님. 블로그에서 여기로 넘어와서 몇개의 포스트 읽고 갑니다. 이글 감사히 담아가겠습니다..
  • 조염 2009/06/20 21:57 #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9/09/16 01:1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조염 2009/09/17 21:04 #

    아, 송구스럽게도 누구신지 금방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오찬'이었는데, 그 날 그 맛을 '야무지게' 기억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오히려 자투리 시간을 쪼개 마신 술이 '진정한' 술이 아닌가 합니다. 저 또한 지난 주말부터 이번주 초까지 그 '자투리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동료들과 술 몇 잔을 기울였지요. 오히려 그런 긴박한 시간의 틈새에 앉아서 기울인 술잔이 어떤 '금기'나 '성역'을 훼손하고 침범하는 듯한 스릴이 있어 의미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주에 중국 무한에서 발표가 있어 보잘 것 없는 논문 한 편을 겨우 준비한 것일 뿐입니다. 주위 분들 중 간혹 제게 '시간관리법'이란 것을 묻곤 하시는데, 저는 그런 시간'관리'라는 말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뿐 아니라,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러 이 어두침침한 곳까지 오셔서 흔적을 남겨주시니 뭐라 감사드려야 할지^^;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덧글 입력 영역



메모장